
4월의 마지막 자락, 도계휴먼시아 1경비실 앞 벤치는 그야말로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주민분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50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만큼 유쾌하고 명랑한 시간이었습니다.
"치매 걸릴 새가 없어!" 84세 어르신의 당당한 고백
길을 걷다 자식들 먹이겠다고 고운 손으로 쑥을 가득 캐오신 84세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오늘 저녁에 딸 부부가 집에 와서 같이 밥을 먹는다고 소풍 앞둔 아이처럼 설레어 하셨습니다.
"우리 딸이 엄마 치매 걸리면 안 된다고 이것저것 하래서 교회 가고 밭일 가고 바빠 죽겠어!" 하시는 어르신.
사랑하는 딸의 권유 덕분인지 허리도 곧으시고 정정하신 모습에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가족의 든든한 응원과 소소한 소일거리야말로 최고의 장수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토리는 산짐승들 밥이야" 마음이 예쁜 주민들
도토리묵 만드는 이야기로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옛날엔 다 직접 쑤어 먹었지" 하시며 추억을 나누던 중,
요즘은 나라 땅에 있는 열매를 함부로 따면 큰일 난다는 주민분의 조언이 이어졌습니다.
이유를 여쭤보니 "새들이나 거기 사는 짐승들도 먹고살아야지" 하십니다.
자연 속 작은 생명들의 밥그릇까지 걱정해 주시는 주민들의 마음이 참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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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튀김의 진실, 그리고 뜻밖의 선물
인근 원흥사에서 열릴 축제 현수막을 보러 다녀오시던 주민 두 분이 슬그머니 손을 내미셨습니다.
한 분은 탐스러운 아카시아 꽃뭉치를, 또 한 분은 화사한 장미꽃 한 송이를 전해주셨습니다.
"아카시아는 튀겨 먹으면 달달하니 진짜 맛있다"라는 주민분의 추천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꽃잎을 한 입 맛보았습니다.
결과는 생각보다 쓰고 맛이 없어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고 말았고, 벤치에 모인 어머님들은 배를 잡고 크게 웃으셨습니다.
꽃이 예뻐 사진을 찍으려는 제게 "내가 예쁘게 찍어줄게!"라며 선뜻 카메라를 가져가 멋진 사진까지 남겨주신 주민분들.
쓰고 맛없는 아카시아 꽃잎 덕분인지, 아니면 주민분들의 다정한 마음 덕분인지
우리의 거리는 아카시아 향기보다 더 진하고 가깝게 좁혀졌습니다.
격식 없는 수다 속에 정이 싹트는 도계휴먼시아 아파트, 다음엔 또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