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찬미예수님
베들레헴 집을 사랑하셨던 모든 분들께!
복지관 마당에 있는 벚꽃나무에는 서서히 푸른 생기가 돋고 천천히 꽃망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벚꽃이 햇살 아래 찬란한 자태를 드러내겠지요.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하는 봄날에 먼저 가슴 아픈 소식 하나를 전해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알려 드릴 소식이란 다름 아닌 베들레헴 집 운영을 부득이 중단하게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사실 베들레헴 집은 저희 복지관이 아닌 수많은 자원봉사자, 후원자들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저희의 역할이란 단지 그것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역할마저도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해에 중단된 채 1월에는 새로운 관장인 제가 부임함으로써, 복지관 운영에는 완전 초보인 저로서는 베들레헴 집에 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배님 몇 분과 복지관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자문을 구한 결과 앞으로 필요한 사업이기는 하지만 지금 복지관 역량으로는 많이 벅찬 사업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복지관 직원들에게도 양해를 구하고 베들레헴 집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쩌면 자원봉사자, 후원자님들께 먼저 자문을 구해야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후회도 되지만 저로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심 끝에 결정한 일임을 알려드립니다.
동의하지 않을 분들도 계시겠지만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길 청합니다.
저는 다만 자원봉사자, 후원자님들이 보여주셨던 그 사랑과 관심만큼은 꼭 기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베들레헴 집 운영은 저의 결정에 의해 마무리 짓지만 그렇다고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은 쉽사리 식어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그 관심과 사랑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것이기에 가슴 아픈 소식에도 불구하고 잠시 피었다 금방 화려함을 잃어버리는 꽃이 아닐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 관심과 사랑, 꼭 기억하고 기도드리겠습니다.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보답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실제로 다문화가정, 외국인 가정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베들레헴 집이 여기저기서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때 까지 만이라도 -조금은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도 들겠지만- 저희 복지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이어주시길 조심스럽게 부탁드립니다.
결정은 자원봉사자, 후원자님들이 하는 것이겠지요. 어떤 결정을 하시든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그 마음을 기억하면서 저는 보다 소외된 우리 이웃을 위해 헌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름다운 봄날, 늘 따스함과 행복이 머물길 기도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월의 마지막 날에
성산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