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여름의 길목 다시 찾아온 주민공동체 활성화 사업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입니다.
작년 신한은행의 지원을 받아 시작했던 이 활동이 올해는 조금 더 깊고 단단한 옷을 입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보고 정성껏 만든 음식을 동네 공유냉장고에 채워 넣는 모임입니다.
차가운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이웃의 따뜻한 숨결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계휴먼시아 2단지 관리소장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2026년 6월 11일 우리들의 두 번째 작당모의??ㅎㅎ가 시작된 날입니다.
문이 닫히면 다른 창문이 열리듯
시작부터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6월 10일 준공 예정이었던
단지 내 도서관 공간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요리를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공사는 딜레이되었고 예산이 부족해 별도의 조리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걱정은 없습니다.
이웃의 곤란함을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이웃, 사회적 협동조합 한들산들이
올해도 흔쾌히 그들의 주방을 내어주기로 했습니다.
공간이 없다는 절망은 이웃의 다정한 배려로 금세 채워졌습니다.
“복지관 차 타고 바람 쐬러(장보러) 가요”
올해 봉림휴먼시아 2단지 냉부의 가장 큰 변화는 주민 주도에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지원사업으로 주민분들에게 생소하고 건강한 요리로 체험도 하고 냉장고를 채웠다면
올해는 주민들이 선호하는 한식 반찬 1개와 국 1개를 직접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소장님은 이 취지에 깊이 공감하시면서도 한편으로는 염려도 하셨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업은 너무 좋은데 우리 선생님(복지사)도 힘들 것 같고
우리 활동가분들이 워낙 동네에서 바쁘고 자기 일이 많은 분들이라
메뉴 논의하고 무거운 장까지 직접 보러 다니는 게 실질적으로 가능할지 걱정이 되네요.”
잠시 고민 하시던 소장님이 의견을 주셨습니다.
“장 볼때 복지관에서 차를 이용 하시나요?”
“네 당연하죠 저도 무거워서 걸어서 못가여”
“그럼 복지관 차량을 가지고 우리 아파트로 오시는건 어때요?
장 다보고 모셔다 드린다고 하고 활동가분들에게는
‘어머니, 오늘 제 차 타고 같이 바람도 쐴 겸 가볍게 동네 마실 가요’ 하는건 어떨까요?
본인 집 장 볼 것도 같이 보시고요.”
짐의 무게를 나누면 그것은 부담이 아니라 다정한 산책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 ‘손맛 장인’들의 마이크
이번 사업을 위해 관리사무소에서는 하이라이터와 가스버너, 솥 등등 조리기구를 지원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복지관 역시 신선한 재료를 책임집니다.
무대는 정교하게 세팅되었습니다. 이제 주인공들이 마이크를 잡을 차례였습니다.
처음에는 활동가분들이 돌아가면서 요리를 가르치는 방식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성향은 저마다 다른 법입니다.
우리는 정말 요리를 좋아하고 이웃에게 대접하길 즐거워하는
‘자발적인 주민 강사’를 세우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수십 년간 가족의 밥상을 책임지며 다져진 어머님들의 손맛이야 말로
그 어떤 요리연구가의 레시피보다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비어있는 냉장고가 가득 차길 바라며...
다가오는 첫만남을 기대하며
7월에 우리는 첫만남을 약속 했습니다.
서툴지만 정성 가득한 엄마의 손맛으로 방향을 바꾼 이유를 설명하고 첫 메뉴를 고를 것입니다.
이 따뜻한 움직임을 우리만 알기엔 너무 아까웠습니다.
조만간 아파트 게시판에는 딱딱한 공고문 대신 활동가들의
웃음 섞인 사진이 담긴 스토리 소식지가 붙을 예정입니다.
텅 비어 있는 냉장고를 주민들의 온기로 가득 채울 봉림휴먼시아 2단지의 ‘냉장고를 부탁해’.
올여름부터 가을까지 이어질 이 달콤하고 고소한 여정에 주민 여러분의 맑고 밝은 시선이 함께 머물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