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찬 하나가 사람을 이어줄 수 있을까요?"
처음 이 질문을 들었을 때는 조금 거창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따뜻한 국 한 그릇, 정성껏 만든 반찬 한 접시에는 음식 이상의 마음이 담긴다는 것을요.
올여름, 봉림휴먼시아 2단지에서는 다시 한번 주민공동체 활성화 사업 '냉장고를 부탁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는 반찬을 만들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주민이 직접 만들고, 나누고, 함께 운영하는 주민 주도형 공동체로
한 걸음 더 성장하기 위한 첫 만남이었습니다.
올해는 우리가 직접 해볼게요.
7월 14일, 봉림휴먼시아 2단지 작은도서관에는 열 명의 활동가가 모였습니다.
담당자는 정식적으로 활동가분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였지만 어색함보다 기대가 더 컸습니다.
올해 사업의 방향을 함께 이야기하고 활동가의 역할을 나누며 "우리가 만들어 갈 공동체"를 그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누구도 "시켜서 하는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주민들은 스스로 의견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생소한 음식보다 주민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면 좋겠어요."
"계절에 맞는 국도 함께 있으면 더 좋겠네요."
"한 번에 다 정하지 말고 그때그때 회의하면서 메뉴를 고르면 어떨까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사업은 이미 주민들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작은 역할 하나에도 공동체는 자랍니다.
회의가 이어질수록 자연스럽게 역할이 생겨났습니다.
영양사 자격증을 가진 주민은 주민리더를 맡아주셨고,
냉장고가 위치한 탁구장을 자주 이용하는 주민은 "제가 냉장고를 관리하겠습니다."라며 냉장고 당번을 자처했습니다.
또 한 분은 "냉장고 안이 보이지 않으니 자석 보드판에 오늘 들어있는 음식을 적어두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누군가 시킨 일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해볼게요."
그 한마디가 공동체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처음 만남은 향기로 기억되었습니다.
회의만 했다면 조금은 딱딱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준비한 시간이 바로 아로마 향기 사쉐 만들기였습니다.
라벤더 향을 좋아하는 사람,
상큼한 시트러스 향을 고르는 사람,
은은한 꽃향기에 미소 짓는 사람.
서로의 취향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웃음이 이어졌고,
처음 만난 주민들은 오일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공동체는 거창한 행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향기를 고르며 웃는 작은 순간 속에서도 피어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채우려는 것은 냉장고만이 아닙니다.
올해 '냉장고를 부탁해'는 주민들이 직접 장을 보고, 함께 음식을 만들고, 공유냉장고를 관리하며 이웃과 나누는 활동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주민들은 냉장고에 채워지는 기부식품 관리와 나눔에도 함께 참여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차가운 냉장고 안에 들어가는 것은 음식이지만, 사실 우리가 채우고 싶은 것은 사람의 온기입니다.
누군가는 반찬을 만들고 누군가는 냉장고를 살피고 누군가는 필요한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 작은 손길들이 모여 봉림휴먼시아라는 마을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제 첫 번째 반찬을 만들러 갑니다.
첫 번째 메뉴는 두부조림과 오이냉국.
어쩌면 특별하지 않은 메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집밥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오늘 하루를 버틸 힘이 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우리 동네에도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위로가 될 것입니다.
올여름부터 가을까지.
봉림휴먼시아 2단지 공유냉장고에는 음식뿐 아니라 사람들의 웃음과 정, 그리고 서로를 향한 마음이 하나씩 쌓여갈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냉장고를 부탁해'가 만들어 갈 따뜻한 이야기들을 함께 지켜봐 주세요.
여러 사람이 함께할수록, 우리의 냉장고는 더 따뜻해질 테니까요.